수술하고 붓기 빼느라 후기 쓰는 것도 잊고 있다가 실밥뽑으러 가는 길에 써봅니다
ㄱㄹㅎ 박원장님께 수술 받았어요
3종 고민 중이시거나 하실 분들 참고하시라고 씁니다 날짜가 좀 지났고 정신 없었어서 시간 순서가 좀 다를 수도 있어요
음슴체로 쓸게요 엄청 길어요
1 수술전
지방에 살아서 수술 전날 회사 마치고 상경해서 입원함. 준비물은 후드티 모자 수면양말 마스크 세안도구 폰충전기. 입원실 찾아서 들어가니 간호사 선생님이 입원복 챙겨줌. 세안하고 에센스 바르고 입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으나 자는 둥 마는 둥 함.
아침 7시쯤 되니 의사 선생님들 환자들 간호사쌤들 대화소리로 시끌시끌해지더니 간호사쌤 와서 식염수로 가글하고 물세안하고 원장님 상담하러 감. 전에 봤던 인상 좋으신 얼굴로 활력 넘치게 맞아주심. 가장 걱정되는 두 가지 말해보라셔서 처짐이랑 수술 후 효과 미미함을 말하려했으나 처짐 얘기하다가 뒷얘기 못함. 사진 찍었던 거 보면서 상담하는데 턱살이 너무 많아서 지흡도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실물로는 그리 심하지는 않다며 수술 후 6개월쯤 지나서 추이 본 후 지흡 무료로 진행해 주시겠다고 하심. 원장님은 잊어버릴 수 있으니 나보고 꼭 기억하라고 하심. 최선을 다해서 수술해주시겠다며 지난번처럼 허리 숙여 인사해 주시는 모습에 또 감동 받고 마음이 확 편해짐
디자인 후 병실로 돌아가 엉덩이주사 2대 맞고 수액 달고 누움. 마취과 원장님 오셔서 음주와 흡연여부 평소 운동량 체력 등등 묻고 가심. 마취과 원장님도 인상 엄청 좋으셨음. 간호사쌤 오셔서 안정제 맞고 수술실로 걸어서 이동함. 수술침대 눕자마자 바로 잠들어서 기억이 없음 ㅋㅋㅋ
2 수술 후
잘린 필름 이어놓은 것처럼 몇 가지 사건들의 잔상과 함께 깸. 얼굴이 부은 느낌과 얼굴 주변이 갑갑한 느낌이 듦. 눈을 뜨니 술 마신 것처럼 어지러워서 이대로 움직이면 멀미한 듯 토할까 봐 눈 감고 계속 심호흡함.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데 마취가스 냄새가 남ㅋㅋㅋ 계속 반복하니 어지럼증도 가시고 가스 냄새도 없어짐. 목감기 걸린 것처럼 큼큼대면서 가래 생겨서 계속 삼킴. 간호사쌤이 수시로 들여다보고 가심. 너무 추워서 수술전 미리 꺼내놨던 수면양말 건네 달라고 부탁하니 춥냐 물으시고 전기장판 틀어주고 가심. 친한 언니가 병문안 와서 30분정도 얘기하다 감. 폰 시계 보니 수술 들어간 후 4시간 30분 정도 지나 있었음. 언니 가고 나서 실장님 오셔서 수납하고 약 사다 주심. 주의사항 계속 말씀해 주시고 얼굴 부어서 아기같다며 귀엽다고 해주심. 폰으로 셀카 겁나 찍고 있었어서 괴물같은 거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는 게 안심시키려는 이유에서든 그냥 직업적 멘트였든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굉장히 고마웠음.
마취과 원장님도 들러서 괜찮냐 물어봐주심. 넘나 멀쩡해서 원장님이 마취 잘해주셔서 괜찮아요 하니 인자한 얼굴로 웃고 나가심.
간호사쌤이 입술 아래위로 꼬집어보고 우 으 해보라고 해서 해봄. 입술 꼬집을 때 아파 죽는 줄 알았음. 그리고 그제서야 수술한 부위가 하나도 안아프다는 걸 깨달음ㅋㅋㅋㅋㅋ 전신마취하고 뼈를 잘라내서 나사로 고정까지 했는데 아픈 데가 1도 없고 얼굴 부은 거랑 턱쪽 약간 욱신한 거 말고는 너무 멀쩡함ㅋㅋㅋㅋㅋ 마침 박원장님 오셨기에 아픈 데가 하나도 없다고 말씀드림. 원래 수술을 잘하면 아프지 않다고 하심. 말할 때 입술이 약간 비뚤어진다고 걱정하듯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내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져서 마취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말씀드렸고 아픈 곳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막연히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하는 생각이 듦. 이미 박원장님에 대한 신뢰도가 200%정도 된 듯했음ㅋㅋㅋ 실제로도 저녁쯤 되니 입술 비뚤어지는 거 정상으로 돌아옴.
박원장님 또 오셔서 수술방가서 드레싱해주시고 손으로 얼굴 만져보게 하셨는데 울퉁불퉁함이 사라져서 깜놀함ㅋㅋㅋ 얼굴에 솜 다 빼고 땡김이만 하게 돼서 편해짐. 나중에 또 병실 들러서 상태 봐주시고 퇴근한다고 말씀하심. 아침에 수술 전 뵀을 때랑 너무 다르게 엄청 피곤해 보이셨음ㅠㅠ 진짜 온 체력을 수술이랑 상담에 다 소진한 느낌이었음ㅠㅠ
아이스크림 호박죽 등등 겁나 잘 먹고 계속 냉찜질하고 물 많이 마시고 화장실 가고 왔다갔다 유유자적 티비 보면서 있다 보니 밤임. 자기 전에 수액에 항생제 주사 맞는데 이게 제일 큰 고통이었음. 핏줄 터지는 줄 알았음ㅠㅠ 간호사쌤이 새벽에 수술 부위 아프면 벨누르라며 와서 진통제 놔주겠다고 하심. 수액에 진통제 섞인 거 아니었냐고 여쭤보니 진통제 1도 안들어가고 있었다함ㅋㅋㅋ 근데 이렇게 1도 안아픈 게 가능한지 진짜 신기했음.
고개 숙이면 가끔 코피가 주르륵 흐름. 한 3일 정도는 지속됐고 지금은 안 남.
밤에 잠 잘 못 잠. 앉아서 자는 게 익숙치 않은 데다 기침도 나고 목이 부어서 코를 골게 됨. 잘 때 소리에 예민해서 귀마개까지 챙겨가서 끼고 잤는데 내가 코 고는 소리에 내가 깸ㅋㅋㅋ 망... 서너 시간 겨우 잤음.
3 퇴원
아침에 간호사쌤이 샴푸랑 드레싱해주시고 땡기미하는 법 알려주심. 배고파서 호박죽 아이스크림 또 먹고ㅋㅋㅋ 티비 보면서 있다가 기차 시간 맞춰서 타고 집 옴.
아 마스크 여분을 꼭 챙기세요! 기차에서 고개 숙였다가 코피 나서 마스크 피로 물듦ㄷㄷㄷ 여분 있어사 갈아쎴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함. 휴지도 챙기길 바람.
처음 계획은 산책하고 찜질하려 했는데 집에 오니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밥 먹고 나면 졸려서 그날은 종일 먹고자고만 함.
3일째부터는 딱딱하고 질긴 거 제외한 일반식하라고 죽같은 거만 주구장창 먹으면 회복 느려진다고 신신당부했던 실장님 말에 연어초밥 포장해와서 먹었음. 겁나 맛있어서 저녁에 또 사 먹음. 내일은 미역국이랑 곰탕에 밥말아먹으려 함. 호박즙 아이스크림 엄청 먹었음. 못먹어서 살빠진다는데 체중 변화 전혀 없어서 살찔까 봐 일부러 소식하고 있음ㅋㅋㅋ
게을러서 산책은 안나가고 매일 저녁 1시간 러닝머신으로 걷기만 함. 넷플 결제해서 컴터 앞에 앉아 미드 보면서 숨쉬듯 찜질함. 엘라스에이 하루에 두 앰플씩 먹음. 아이허브 종합비타민 콜라겐 히아루론산 비타민씨 브로멜라인 먹고 있음. 붓기는 조금씩 나아지는 중임. 왼쪽 눈 아래 연하게 노란멍 들었고 왼쪽 입가 볼에도 작게 멍듦. 수술 당일 입술이 표정이 잘 안지어지며 입술이 비뚤어지던 부위인데 결국 멍이 들었음. 얼굴 곳곳에 멍멍한 느낌은 있으나 감각은 이상 없음.
갑작스레 부작용 나타난다거나 붓기 빠진 후 라인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심한 처짐이 온다거나 이 세 가지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고 있음.
일기처럼 막썼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