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원은 후기는 적지만 굉장히 믿음이 가던 병원이었어요.
1인 병원이고, 광고도 잘 안 하고, 입소문으로 영업도 오래 했죠.
아 내실이 있는 병원이구나.. 싶더라구요.
그리고 듣던대로 원장님의 설명이 그 어디보다 전문적이고 자세했어요.
상담 과정도 어떠한 마찰도 없이 매끄럽고 좋았습니다.
문제는 실장 상담입니다.
직장인이 아니라 사회 초년생 알바생 같은 말투여서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뭐 수술은 원장님이 하지 이 분이 하는 건 아니니 무시했습니다.
그렇게 상담 하던 도중 "수술 후에 혹시 제가 원하게 된다면 의무기록지를 발급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의료사고가 났는데 의무기록지를 병원 측에서 주지 않아서 고생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거든요.
근데 애초에 (실장님 말에 의하면) 의무기록지라는 용어가 정확한 것도 아니었고,
수술 전부터 따질 준비를 하는 환자로 보였는지 우려와 걱정의 말을 하더라고요.
네 여기까지 90프로 이해가 갑니다. 얼마나 진상이 많겠어요. 업계인으로서 겁이 나겠죠.
실장님의 우려로 이 말이 굉장히 세다는 걸 파악했고,
제 말은 그렇게 무겁고 비장한 뜻이 아니었음을 해명했습니다.
그냥 요새 성형 어플에도 cctv 유무가 나오듯이 가볍게 체크 할 수 있는 항목이라 생각했고,
첫 성형하는 사람으로서 업계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고 선택한 말이었다고요.
그래도 끝없이 걱정을 얘기하시더라고요.
"이래서 어디서 인터넷 보고 오시는 걸 추천하지 않아요" 이런 다소 무례한 말도 하면서.
저 말을 듣는데 좀 벙찌더라고요? 제가 혼나러 왔나요?
뭐... 다른 상담 실장들은 이쯤 말하면 제 의도를 파악하곤 알았다고 하시던데
저 분은 말도 너무 많고 이해력도 좋지 않아서 살짝 짜증이 났습니다.
어쨌든 의사 전달 잘했고, 본인도 이해했다고 했어요. 마무리 잘했습니다.
전체 상담에서 이 실랑이 아닌 실랑이가 차지한 부분은 극히 작았고요.
문제는 오늘입니다.
그 어느 병원보다 원장님이 신뢰가 가서 이 곳에서 수술하기로 맘 먹고 전화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원장님이 성형을 추천하지 않으신다"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잘 모르지만.. 저희가 매번 오후에 원장님과 얘기를 하는데 그렇게 말씀하셨다"라고 하더군요.
원장 상담 내내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안 된다고 하니 누가 납득을 합니까. 말이 안 되죠.
혹시 "의무 기록지 얘기 때문이냐"고 물으니 그건 또 정말 아니래요. 여러 번 물었는데도 아니랍니다.
원장님한테 전달 한 적도 없답니다.
그래서 "그냥 정말 단순히 미적인 이유로, 성형을 권하시지 않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답니다.
엥? 아까는 본인도 이유를 모른다면서요?
앞뒤가 안 맞았지만 일단 알겠다 하고 끊었어요.
후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미적인 이유라면 분명 원장 상담때 말 해주셨을텐데 이제와서 그렇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어쨌든 나는 상담 비용을 지불했고, 의학적인 견해를 들을 권리가 있다.
정말 미적인 이유라면 어째써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 그래야 나도 앞으로 상담에 참고할 수 있다. "
라고 했더니 원장님과 얘기해보겠다 하더군요. 그리곤 5시간 뒤에 전화가 왔습니다.
"원장님과 얘기를 해봤더니, (본인은 전달한 적이 없지만) 상담 노트에 의무기록지 얘기를 기록한 걸 보시고
이런 환자는 아무래도 수술하기가 부담스럽다"라고 하셨다더군요.
본인은 얘기 안 했지만 노트 기록을 보고 그랬다? 믿으라는 건가요?
예 그렇다고 치죠. 그럼 처음부터 솔직하게 그렇게 말하던가요??
그러면 뭐 어쩔 수 없다 생각했을 겁니다.
서로 의심 받으면서 수술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런데 저렇게 쉽게 거짓말을 몇 번씩이나 한 것은 아니지 않나요.
심지어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었습니다.
제가 끝까지 물어보지 않았으면,
저는 제 수술부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겠죠.
그게 환자에게 작동하는 의학적 권위인데요.
유명한 병원이면 뭐할까요?
직업 윤리에 정말 너무 너무 실망했습니다.
부디 원장님 문제가 아니라 실장의 문제이길 바랍니다.
참고로 상담 실장님은 통화 내내
"아마 ~이렇게 이렇게 하시게 되실 거 같아요" 같은 해괴한 가정법을 썼습니다.
뭐 하나도 제대로 딱 말하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정확히 저게 무슨 의미냐고 되물어 봐야만 했어요.
대체 아는 게 뭐고 어디서 일하는 지를 모르겠더라구요. 원장님이랑 같이 일하는 사람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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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포인트는 정말 뻔뻔하게 고객한테 거짓말을 몇번 씩이나 했다는 겁니다만
사실 의무기록지 얘기도 생각할 수록 찝찝합니다.
저 의무기록지 얘기 자체도 그렇게 까지 물어봐선 안 되는 수준은 아니지 않나요?
cctv 유무 정보는 그간 어떻게 어플이나 웹사이트에 제공해왔던 건가요?
작은 사탕 하나도 식약처 검증을 받는 세상이고, 이런 검증 체계는 어느 분야던 있는 건데
어떻게 얼굴에 칼대는 걸 업으로 삼는 성형계에서는 이걸 역으로 소비자에게 뒤집어 씌우나요.
과격히 요약하면 "당신같이 불신하는 사람은 성형 못 받는다"는 얘기잖아요.
제가 언제 원장님 개인 실력을 불신했나요?
그럼에도 이뻐지기 위해선 온갖 무례를 참아가며 수술 할 사람이 널렸으니
이 판이 돌아가는 거겠죠. 그걸 의사들도 알고요...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니 성형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드네요.
안 그런 병원들도 많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