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씀드릴 것은, 글이 상당히 길다는 것(^^;;)입니다. 긴 글에 짜증나실 분들은 안 읽으심이...^^;;
올해 1월 7일 이마,광대,턱 수술을 받았습니다. 안면윤곽수술에 관한 관심은 2003년부터 가져왔고 꾸준히 여러 까페를 돌아다니고 인터넷 정보를 검색해 왔으니 꽤 긴 시간을 별러온 셈이죠.
그 중 여기 성예사와 다음 까페에 있는 ‘안티성형’은 가장 관심깊게 드나들었던 사이트네요. 성예사는 성형에 관한 강렬한 욕구와 강한 목표의식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 반면, 안티성형 까페는 아픔을 겪고 계시는 여러 님들의 충고와 절박한 사례를 통해 내게 있어 성형에 관한 진정한 필요성과 가치를 자문하는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원체 그림자 기질이 농후한 탓에 덧글을 달거나 쪽지를 주고받지는 않고 그냥 조용히 게시물만 보고가곤 했었죠.
수술 전 제 얼굴 상태를 말씀드리자면, 우선 안면비대칭이 심했습니다. 사진을 찍었을 때 얼굴선이 울퉁불퉁한 것은 물론, 왼쪽 턱은 항상 사탕을 물고있는 양 불룩하고, 반대로 오른쪽 광대는 툭 튀어나온, 뒤틀어진 얼굴형이었습니다. 미간이 좁은 데다가 눈꼬리에서부터 귀까지 거리가 워낙 많이 남는 넙대대 얼굴형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볼살도 미어터져, 그야말로 모여라 눈코입이었습니다. 그나마 큰 눈과 높은 코를 가진 덕분에 지나친 얼굴여분을 머리카락으로 가려 얼굴 크다는 소리는 면하고 다녔습니다.(물론 착시효과지만...) 얼굴형에 대한 컴플렉스로 고생하시는 대개의 분들이 그렇듯이 저 또한 거의 똑같은 커튼머리만을 고수해 왔었고, 사진찍히는 걸 그 무엇보다 싫어했죠.
현재 시술되고 있는 성형수술 중에 가장 위험성이 높고 부작용 사례 또한 치명적임에도 불구하고, 5년 동안 마음을 접었다 폈다 한 끝에 결국 수술을 감행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열등감으로 인해 내 삶에서 잃는 부분이 너무 컸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수술에 관한 목적과 필요성은 확고해졌지만 수술에 관한 부작용을 몰랐으면 모를까, 이미 부작용의 심각성을 충분히 자각한 터라, 다음 수순으로는 수술방법 및 병원과 의사선택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술방법과 병원, 의사선택의 기준은 내 나름의 합리적 잣대에 의해 엄정히 판단했습니다.
첫째로 수술방법에서는 여러 가지 수술후기 및 사례를 접해봄으로써 방법 면에서의 부작용의 빈발도 및 상당시간이 지난 후의 유지성공사례를 나름대로 비교분석하였고, 또 각각의 수술방법의 원리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타당성있고 합리적인가를 따져봤습니다. 수술기술에 관한 전문적 조작능력은 전적으로 의사소관이지만, 적어도 수술의 결과를 평생 떠안고 살아가야 할 환자에게 무엇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그 원리가 어떠한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 책임이 의사에게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수술방법과 원리에 관해 명확한 정보를 제시하고 그 정보가 상식에 미루어 충분히 타당하다 여겼을 때 우선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미대를 다니다 그만둔 경험 때문에 안면의 골격과 근육에 관해 전문적인 해부학 지식은 없으나, 형태구조나 양감에 관한 감각으로써 수술방법의 타당성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람마다 제각각 판단 및 선택기준이 다를 수 있으나, 앞서의 기준에 의해 제 나름대로 판단한 가장 타당한 안면윤곽술은 두피절개법이었습니다.
둘째로 병원선택에 있어서는 앞서의 수술방법의 타당성을 기초로 해서 선정을 했으므로 크게 압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시간을 두고 부작용 사례와 성공사례, 상담사례, 홈페이지의 수술후기 및 상담란 등을 토대로 신중히 관찰했습니다. 시설이나 규모는 병원선택에 있어서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규모가 크고 시설이 더 좋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다음의 고려항목이 될 ‘의사’에게 달려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의사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사항은 수술숙련도 및 책임감이었습니다. 수술숙련도를 판단한다고 해서 전문지식도 없는 제가 물론 수술실에서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수술행위를 직접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의사의 성형전문의로서의 경력확인 및 수술집도연수, 성공사례 및 부작용사례, 수술후기 및 상담후기등을 면밀히 조사함으로써 간접적인 판단은 가능하다 여겼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책임감이라는 항목은 어쩌면 주관적이고 모호할 수도 있으나, 만에 하나 부작용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당시에는 환자의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해 나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확실하고도 중요한 관건이 되기에 의사선택의 중요한 조건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 엄연한 서비스로서 의료행위를 간주했을 때에 얼마만큼 확실한 고객만족 애프터 서비스가 가능한가하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예를 들어 잘못된 광대수술로 인해 볼처짐이 왔을 때에 근시안적 미봉책으로 리프팅이나 피부시술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자신의 그간의 진료행위를 투명히 공개하고 만약 시술과정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배상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입니다. 안티성형까페의 가슴아프신 분들의 입에서 가장 빈번히 오르내리는 말이 ‘수술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라는 말입니다. 사소한 전자제품 하나 사면서도 몇 년의 보증기간이 기본인 요즘,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수술만 끝나면 객관적으로 납득가능한 설명과 보증없이 오로지 환자의 무한정 인내로만 시간을 끌며 문제를 회피하려는 일부 성형외과의사들의 비도덕성에 분개합니다.
책임감을 판단할 근거로, 수술이전에는 내게 시술되는 수술방법에 관해 얼마나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가 의사설명으로써 제시되었는가, 또한 진료상담과정을 객관적으로 보증할 증거자료를 미리 확보할 수 있는가, 수술과정에서는 내게 미리 설명된 수술방법대로 제대로 정확하게 시술되었는가, 수술결과에서는 내가 원하는 상태로의 변화를 객관적인 자료로써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가 등등을 고려하였습니다. 그런 근거에 따라 제가 수술받는 병원에서 진료기록차트 복사본 1부와 수술이전 사진과 엑스레이, 수술과정에서의 사진, 수술이후의 엑스레이 등을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로는 작년까지는 환자들에게 메일로 관련자료들을 전송했었는데 올해부터는 CD로 구워주신다고 하시더군요.
이상의 지난한 과정을 통해 결국 올해 1월 7일 두피절개방법으로 안면윤곽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술받은지 오늘로써 17일째 되는 날이네요.
수술하고 나서 첫째날은 전신마취로 인한 구토와 목구멍의 통증 때문에 무척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피통이나 피호스같은 게 없어선지 속 미식거림과 목구멍 통증 외에는 별로 힘든 게 없었고, 수술받은 저녁에 바로 집으로 택시타고 갔습니다.(이마 역시 두피절개에서만 할 수 있다는 본 소스-일명 본 시멘트-로 했기에 피통같은 것이 필요 없었습니다.) 뭐, 죽을듯이 아픈 통증이라거나 수술 이후의 고통 때문에 못 견디겠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 후의 셋째날까지는 붓기와의 전쟁이었구요. 이전에 들었던대로 폭발직전의 고무풍선이더군요. 넷째날부터는 붓기가 서서히 빠지더니 다섯째날은 한결 감아놓은 붕대가 편안해졌고, 급기야 여섯째 날에는 입가의 통통한 붓기외에는 그 많던 붓기가 거의 빠져버렸습니다. 딱 만 일주일이 되던 날에는 신기하게도 갸름해진 라인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체 아침마다 잘 붓는 체질이고, 또 의사 선생님도 내 볼살 때문에 회복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길어질 것이라고 했었는데 유독 내 수술이 잘 되었던 건지 붓기가 금새 빠졌습니다.
갸름함에 관해서는 원래 기대하고 있던 바였지만 예상치 못한 건 안면비대칭이 거의 교정이 된 거였습니다. 원래는 상담과정에서 갸름함은 몰라도 안면비대칭은 수술로서 정확히 교정하기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작 지금 얼굴을 보면 이전에 한쪽만 휙 치켜올라갔던 눈썹이 양쪽 평행을 이루고 짝짝이였던 양쪽눈도 대칭의 모양으로 가지런해졌다는 겁니다. 한쪽씩 짝짝이로 불거졌던 광대와 턱이 나란히 균형맞춰졌음도 물론입니다. 물론 왼쪽 사선얼굴과 오른쪽 사선얼굴의 느낌차이는 엄연히 있지만 적어도 정면얼굴을 보았을 때는 양쪽 얼굴이 이전과는 달리 마치 대칭처럼 보인다는 점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이마까지 같이한 탓에 붕대는 10째 되는 날 풀렀습니다. 붕대를 풀르면서 봤더니, 두피의 상처에 덧댄 거즈에 피가 조금밖에 묻어있지 않아서 신기했습니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한 후에 모자를 쓰고 나갔는데, 사랑니 뽑은 정도의 붓기로밖에 안 보여서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병원가서 두피의 철심 대부분과 입안의 실밥 전부를 뽑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입안실밥 뽑을 때, 앞 쪽의 실밥 두개가 깜짝 놀라게 아프더군요. 수술 관련 통증이라면 이 통증이 가장 아팠네요.(물론 순간이었지만...^^;;)
수술 부위의 고정에 관해서 말씀 드리자면, 열흘을 보내는 동안 수시로 턱뼈와 광대를 만져보기도 하고, 볼을 두드려 보기도 하고, 입을 조심스럽게 벌릴 수 있는데 까지 벌려보기도 했는데요,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확실히 안정적으로 고정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다분히 내 몸의 느낌을 가장 먼저 날카롭게 감지하는 나만의 '감'이므로 달리 논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이 날 내친 김에 엑스레이까지 찍었습니다. 엑스레이 찍으러 방사선과에 갔더니 수술열흘째 치고는 붓기가 없다라고 하셔서 내심 흐뭇했습니다. 거기 방사선과 직원분은 성형수술로 인해 엑스레이 찍으러 오는 수많은 환자들을 접했을 것이고, 때문에 객관적으로 환자의 붓기 수준이 어떤지 비교판별 가능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분이 붓기가 거의 없다는 말은, 바꿔말해 수술부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말로 이해해도 무방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자리에 놓여야 할 것들에게 올바른 자리를 찾아줬기에 흘러야 할 것이 제대로 흐르고 통해야 할 것들이 제대로 통하고 흡수되어야 할 것들이 신속히 흡수가 되었겠지요.
갸름한 정도는 현재 17일째에 붓기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얼굴과 비교했을 때에 확실히 좁아지고 입체적으로 변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붓기 때문에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눈에 가늘게 있던 쌍꺼풀도 잔붓기 때문에 온데간데 없어졌지만 오히려 이전 얼굴에 비해 전체적인 이미지가 훨씬 곱고 여성스러워 보입니다. 이전에는 얼굴 가리느라 머리카락 내리기 바빴는데 지금은 오히려 머리를 뒤로 넘길수록 더 낫군요.^^;;
처음 붓기가 빠져 얼굴윤곽이 드러날 당시에는, 수술 이전에 워낙 비대칭으로 지내온 기간이 길었기에 광대뼈가 두드러졌던 오른쪽 볼살이 아주 약간 더 탄력없이 쳐져보이는 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회복과 적응이라는 것이 정말 오묘해서, 하루하루 자고 일어날 때마다 뭐랄까... 달라진 골격에 맞춰서 살과 근육들이 단단하게 응축되며 재편성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지금은 거의 양쪽 볼의 탄력의 차이같은 게 없어졌습니다.
담당의 선생님도 올바른 방법으로 이루어진 수술이라면 살이 처질 수가 없고 날이 갈수록 경과가 더 좋아질 거라고 하시더군요. 골격이 빨랫줄이고 살이 빨래라면 빨래가 쳐지는 건 빨랫줄이 쳐졌기 때문이라는 비유로 설명되는 이치라면서요.
아직 입가가 얼얼하고 상처살 때문에 부은 듯이 보이기도 하며 웃는 표정도 영 어색하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나아지는 것이 보이기에 별 걱정없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얼마되지 않은 기간에 일어난 일들이지만 그 날들이 안면윤곽으로 인한 고민을 최초로 안았던 시간까지 내포한다고 여겼을 때, 더우기 앞으로의 달라질 삶에 관한 기대치마저 내포한다고 여겼을 땐, 길고도 무겁고 파란만장하고도 필사적인 날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술 전 성형과 관련된 여러 까페들을 접하고 글들을 읽어가면서 안타깝게도, 수술부작용에 시달리는 많은 맘 아픈 분들의 사연을 접했는데, 그 분들의 가장 절박한 심정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수술 전, 바로 그 시간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컴플렉스로 인한 교정의 의미로서 받은 수술이든, 더 나은 미모를 위해 받은 수술이든 상관없이, 성형부작용이 일어나는 이후의 삶은 누구 할 것 없이 이전의 모든 삶의 일상적 행복마저 파괴하는 처참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맘이 많이 아프고, 남의 인생을 아무 가책없이 메스질하고 내동댕이치는 일부 비양심 성형의사들에게 참을 수 없이 분개스럽기도 했습니다.
제 경우는 아직 속단하기에 이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경과를 예상케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이후 회복과정에서 일어나는 잠정적인 불편함과 기능장애에 관해서 담당의 선생님을 통해 누누히 설명을 듣고 안내자료로도 제공받았으며, 이전의 수술선배들의 후기담을 통해 경과를 수차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준비 및 시술, 회복과정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로도 적지않은 스트레스와 혹시나 하는 조바심을 주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때때로 수술 이전의 내 얼굴을, 마치 다시 볼 수 없는 친구인 것인 양 사진을 통해 어루만지고 그리워하기도 했었습니다.
성예사에서 여러분들을 통해 큰 도움을 받은 제가 여러분들에게 되돌려드릴 보답은 이것입니다. 간곡히,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성형수술을 결정하시기 이전에 제발 신중, 또 신중하시라는 것입니다. 일단 메스를 대고나면 이전으로는 절대 돌이킬 수 없습니다.
평생을 안고갈 내 얼굴의 주인으로서 가장 냉철하게 수술의 필요성과 목적을 되돌아보고, 수술에 있어서는 가장 철저하고 주도면밀한 총괄감독자가 되어야 하며, 수술 이후에는 길고 고된 인내의 과정을 홀로 꿋꿋이 견뎌낼 의지를 지니시라는 것입니다. 수술을 하늘운에 맡기고 싶다면, 그 모든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이후에, 상담과정이 투명하고 수술과정에서 과오가 없었음을 확인한 이후에, 회복과 성공적인 경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이후에, 인간으로서 예측불가한 이상반응, 생체부적응 반응같은 것이 없도록 빌어야 할 것입니다. 인간으로서,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에 관한 기도는 이후의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성형부작용으로 고통받고 계시는 분들께 가슴깊은 공감을 드리고, 그 분들의 간곡한 충고와 경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부디 삶이 회복되고 밝아지시길 기원합니다.